재미진것

심해 탐사일지

전테스 2016. 12. 7.

한치의 빛도 허용하지 않는 곳...

우주처럼 신비하며 지구상 가장 밝혀지지 않은 곳.

그래서 무엇이 있는지도 알 수 없는 곳.


그 곳이 심해[深海]다.



2014년, '심해 탐사 지상기지'는 마리아나 해구를 오랫동안 탐사할 심해 잠수함 개발을 마치고,

일차 탐사에 들어갔었다.


이 탐사는 사람이 타는 유인 잠수함을 사용, 총 두 대로 이루어졌었다.


탐사 기간은 일차, 이차, 삼차로 나누어져 각각 30일 동안 사람의 조작하에 해구를 조사하게 되어있었고,

미국[심해 탐사 지상 기지]의 주관하에 한국, 중국, 영국, 러시아, 독일이 개발, 계획에 참여했으며,

세계 초 일류의 기술이 집대성 된 만큼 탐사를 도와줄 각종 첨단기술이 탑재되어 있었다.


그리고 잠수함은 모든 정비와 계획을 점검하고 일차잠수를 시작했다.


하지만,


30일째 되는 날 잠수함은 올라오지 않았다.


31일째 되는 날 첫 번째 잠수함의 연락이 두절되었다.


그리고 몇 시간 지나지 않아 두 번째 잠수함의 연락까지 두절되고 말았다.


40일, 50일, 그리고 두 달이 조금 넘은 8월 12일,


태평양 근처에서 잠수함의 일부분들이 발견되었다.


각 나라들은 잠수함 선원들의 생존을 확인하려 애썼지만 8월 25일, 선원들은 하나도 발견하지 못 한 채 오직 엄청난 수압에도 견딜 수 있도록 만들어진 특수강 상자 하나만을 발견하게 된다.


그 안에 들어 있던 것은,


누군가가 일기처럼 써 놓은 항해일지였다.


첫 탐사이자 마지막 탐사의 시작 때처럼 세계의 이목은 집중되었다.


그 항해일지는 이 상황을 알고 있는 유일한 열쇠였기 때문에



*탐사 1일째


잠수함은 마리아나 해구 비티아스 해연[11034m]으로 목표해 잠수 중이다.


탐사는 순조롭게 시작된 것 같다.


아직까지는 약한 빛이 들어오고 있다.


지금까지 많은 시험을 거쳐 이곳까지 도달하였지만 역시 긴장이 된다.


곧 익숙해지겠지?


일차탐사에서 많은 것을 밝혀낼 수는 없지만, 우리는 모두 노력하기로 했다.


유일한 아시아인으로 이 탐사에 참여했지만, 누구도 나를 무시하거나 하지 않았다.


좋은 사람들인 것 같다.



탐사 2일째


바티아스 해연 5842m에 도달하였다.


잠시 멈춰 장비를 점검하고 다시 잠수하기로 하였다.



탐사 3일째


바티아스 해연 10000m지점에 도달하였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원래 심해에는 부유물이 있긴 하지만 유난히 심하게 떠다니고 있다.


거기다 보통 발광하는 색이 아닌 붉은색 발광을 하는 부유물들이 더러 있다.


회의를 통해 샘플을 채취하기로 하였다.



탐사 4일째


무사히 비티아스 해연[11.034m]에 도착하였다.


바닥이 보이며 가끔 심해생물이 보이기도 한다.


어제부터 보이던 부유물들은 플랑크톤도 아니고,심해에 사는 발광 생물도 아닌 새로운 매개체라는 결과도 들었다.


그 부유물들은 8.000m를 선으로 점점 사라지기 시작하더니, 9.000m를 지나니 완전히 없어져버렸다.


우리는 이곳에서 몇가지 탐사를 진행하고 2일 뒤 다음 행동을 하기로 하였다.


-포스트 잇-

부유물에 관한 관찰

탐사 3일째, 처음 부유물을 보았다.

우리는 그 특이한 발광을 하는 부유물을 채취하기로 하여

잠수함 내 채취용 도구를 사용하여 심해수와 함께 끌어올렸다.

과연 이 부유물은 무엇일까?

그냥 플랑크톤의 일부분일까?



탐사 7일째


새로운 목표를 받았다. 두 번째 [우리는 첫번째 잠수정이다.] 잠수정을 선두로 세우고 더 내려갈 수 있는 곳을 찾아보라는 목표였다.


우리는 두번째 잠수정 [위너라고 부른다.] 위너를 따라 운행하게 되었다.


심해는 완벽한 어둠이다. 빛은 이미 해저 15m구간에서 사라졌으며 오로지 라이트에 의지하는 수 밖에 없다.


거기다 수압은 더 높아져 보통잠수함은 이미 으스러져 형태도 알아 볼 수 없게 될 정도였다.


그래서 비티아스 해연의 경우에는 연구, 촬영, 지형 등 정보가 많지 않다.


우리가 지나쳐 온 구간에서 본 부유물 또한 원래 있었지만, 우리가 보지 못했던 것이 아닐까?



탐사 9일째


드디어 내려갈 수 있는 곳을 찾았다.


이 곳은 아마 수렴경계 [쉽게 말해, 지구에서 두 땅이 만나 소멸되는 곳] 로 보인다.


마리아나 해구 자체가 수렴경계지만 직접적으로 두 판 [땅] 이 만나 아래로 들어가는 곳이 이 지점인 것 같다.


이것은 획기적인 발견이였다.


과연 이곳에는 무엇이 있을 것인가?


어떤 인간도 발견하지 못한 바다 깊은 곳에는 ...



탐사 10일째


지금 위치는 해저 14.302m 다.


탐사원들은 설마 해저로 약 3000m 나 더 들어갈 수 있는지는 생각도 못하였다.


우리는 지금 사방이 뚫린 곳이 아닌 마치 양 옆이 가로막힌 상태 [하지만 그 두 사이는 상당히 멀다.] 에서 한쪽 벽을 따라 내려가고 있다. 


벽에는 상당한 수의 생물이 살고 있었는데 그중 가장 특이하였던 것은,

무려 길이만해도 7.2m, 둘레는 정확하게 측정하진 못하였지만 19m 정도로 나타난 지렁이같은 생물체였다.


발, 아가미, 입, 턱, 손, 지느러미, 항문, 생식기능.... 그 어느것도 없는 생물이였다.


그것만 해도 상당히 신기한데,

문제는 저 큰 생물이 어떻게 벽에 붙어있을 수 있냐는 것이였다.


그러고 보니 겉모양만 보면 생물이라고 할 수도 없는 것 같았다.


연구원들은 흥미로운 생명체라고 말하며 기지에 보고, 조사 허가를 받았다.


당분간은 벽에 있는 저 생물체를 조사할 것 같다.


-포스트잇-

부유물에 관한 관찰2

탐사 10일째....부유물이 사라졌다.

우리는 온 방을 헤집다 부유물을 찾아냈는데 그 형상이 괴기하였다.

심해수와 부유물이 담겨 있는 통이 천장에서 날아다니고 있는 것이다.

여기는 우주가 아닌 심해. 지구 중력의 영향을 받고 있다.

그런데 어떻게 이 공기중을 날아다닐 수 있는 것인가?

모두들 이 신기한 광경에 눈을 떼지 못하였다.



D-Day 앞으로 10일



탐사 11일째


괴 생물체는 신소재를 이용한 둥근 공 같은것에 매달아 부력으로 올려 보내기로 했다.


그 후엔 내려갈 곳을 찾는 [바위가 막고 있는 구간이 있다.] 작업을 시작했다.


아마 이제부터는 내려가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다.


10일 새벽에 부유물에 관한 실종 소동이 있었다. 신기한 일이 벌어졌었는데 포스트잇으로 남겨 둬야 겠다. 우리는 부유물의 소실을 방지하기 위해 특수강 상자에 부유물 샘플을 담아 놓기로 하였고, 그 열쇠는 내가 관리하도록 하였다.


별일 아니었지만 왠지 모르게 뿌듯한 느낌이였다.



탐사 15일째


갈을 찾고 내려가기를 반복하다가, 드디어 끝으로 보이는 바닥에 도착하였다.


이 곳은 해저 19.203m로 정말 엄청난 깊이다.


그만큼 위와는 환경이 전혀 다르다.


이 곳에서 조금 쉬며 몇가지 보고서를 쓰고 탐사를 계속하기로 하였다.


-탐사 15일 째 해저 19.230m 지질의 변화에 대해-

보통 바다의 바닥이 모래나 흙으로 이루어 진 것에 비하여,

이곳은 알 수 없는 물질로 되어있다.

그 물질은 마치 끈적한 젤리처럼 되어 있으며,

그 떄문에 착지에 어려움을 겪기도 하였다.

아직 성분조사는 하지 않았으며 이 곳이

"땅"이 소멸되는 곳인 만큼 그 작용과 무슨 연관이 있을 듯 하다.



탐사 16일째


오늘 아침에 일어나 보니 러시아에서 온 한 친구가 통증을 호소하였다.


양쪽 발가락이 상당히 아프다는 것이였는데, 아마 오랜 잠수로 인한 병인 것 같았다.


잠수함 내 의사 진찰하에 정확한 병명은 모르지만 일종의 잠수병으로 생각 된다고 하였다.


그가 나와 상당히 친해졌던 만큼 빨리 나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 오후에 잠수함 점검을 하는 도중 밑부분이 하얗게 변색되어 버린 것을 발견하였다.


그 바닥을 이루는 물질이 어떤 작용을 했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


하지만 잠수함에 일정한 수압이 유지되고 있는걸로 보아선 이상은 없는 것 같다.



탐사 17일째


어제 고통을 호소한 러시아 친구에게 엄청난 일이 일어났다.


발이 사라져 버렸다.  말끔하게... 마치 원래부터 없었다는 듯이.


잠수함 내부는 그의 찢어질 듯한 비명소리와 함께 내부 사람들이 동요하여 시끌벅적해져버렸다.


과연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할 길이 없다.


거기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통신장애로 인해 이 중요한 일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 어떻게 대처하여야 하는지도 보고 받지 못하였다.


일단 상황을 지켜보기로 하였다.



탐사 18일째


러시아 친구가 사라져 버렸다, 고통을 못이기고 움직인 것 같다.


나도 함께 찾으러 간다.


6시 32분 수색 종료.


총 수색시간은 약 9시간. 이 넓지 않은 잠수함에서는 벌써 찾고도 남아야 될 시간이였다.


지시팀은 아무래도 찾아 볼 수가 없으니 더 이상의 수색은 시간낭비라고 말하며 수색을 그만둘 것을 지시하였다.


러시아 친구와 친하게 지냈던 나를 비롯한 사람들은 반대 의사를 밝혔지만, 지시팀은 단호하게 대처하였다.


할 수 없이 우리들을 비롯한 선원들은 수색을 잠시 보류하는 것으로 마무리 지었다.


그러다 어느정도 상황 파악이 되고 조금 생각해보니, 

발이 없는 환자가 사라졌다는게 이상하였다.


기어 갈 수도 있었지만 그런 행동을 했었다면 9시간의 수색에 발견되는 게 정상이였을 것이다.


혹시나 이런 예측을 해보았다.


그 러시아 친구의 발이 사라진 것처럼 그도 사라진 것이 아닐까...하는..


말도 안 되는 상상일까?


우리는 기지와의 연락에 모든 힘을 쏟았다.


도대체 왜 통신장애가 발생하는 것인지 원인을 알 수가 없어, 대처 또한 상당히 늦어지고 있다.


그나마 가끔식 연결되는 것으로 생사를 알리고, 가능하면 30일에 맞춰 돌아오라는 지시 전달을 받을 수가 있었다.


우리는 서둘러 10일 안에 돌아갈 수 있도록 각종 지형정보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곧 이어서 새벽즈음 지상으로 올라갈 준비를 마치게 되었다.


올라가는 시간은 일주일 정도로 예상되었다.


살짝 아쉬움도 남는다.


우리의 예상과는 달리 이 곳에는 심해 생물체가 없었다.


아니, 있을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이곳에 머무는 동안에는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가 없었다.



탐사 19일째


잠수함은 마치 폭풍전야처럼 고요했다.


전날 사람이 한 명 실종되니 그런걸까, 그 전날 너무 바빴기 때문일까.

선원들 모두가 기분이 좋지 않아 보였다.


그래서 오늘 선원들과 대화를 채 몇 마디도 나눠보지 못했다.


대충 내가 마티 일이 끝난 후에는 상당히 무료했다.


나는 부유물 샘플이 담긴 상자열쇠를 휙휙 돌리며 장난을 치다,

문득 한번 부유물을 자세히 보고 싶다는 생각에 연구실 옆이 있는 -무슨 방인지는 모르겠다-

방에 들어가 안쪽의 선반에 있는 상자를 찾아 책상에 놓고 상자의 뚜껑을 열었다.


사실 이건 연구원들이 좋아하지 않는 행동이겠지만 사람의 호기심이라는게 어쩔 수 없이 강한 것이고. 무엇보다 나는 이 고요함을 참을 수가 없었다.


상자에서 부유물 샘플을 꺼내서 요리조리 뜯어보던 나는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좀더 신경을 덜 써서 그런 것 인가?


이번에도 포스트 잇에 내 나름대로의 정리를 해 놓기로 하였다.


-포스트잇-

부유물에 관한 관찰

탐사 19일째, 처음으로 부유물을 자세히 관찰할 기회가 생겼다.

그 생김새는 마치 적혈구 처럼 생겼으며, 투명한 몸체에 붉게 발광을 하는 액체가

몸 내부를 맹렬하게 돌고있었다.

나는 그 생물에게 마음을 빼앗겼는지 한참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마음이 편해지며 몸 또한 한결 가뿐해지는 느낌을 받기도 하였다.

또 하나 발견한 사실은 부유물을 그 자리에 못이 박힌듯이 가만히 떠 있다는 것.

혹시... 식물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부유물이 떠 있을때도 무언가에 매달린 듯 가만히....움직이지 않았었다.

생명체 중에 움직이지 않는 것은 식물 뿐....하지만 추측일 뿐이다.



-판도라의 상자에서 모든 악재들이 쏟아져 나왔을 때 사람들은 절망하였다.



탐사 20일째


믿을 수 없다..


오늘, 20일 째 되는 날, 먼저 사라졌던 러시아 친구를 포함, 전체 선원 68명 중 58명이 사라졌다.


남은 인원은 연구팀 9명.. 그리고 탐사부 1명인...나


그렇다... 저번 일지에 적어 두었던 나의 추측은 틀리지 않았다.


그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기지와의 연락을 취해보았지만 헛 수고...


통신이 되지 않았다.


우리들은 서둘러 정신을 차리고 잠수함 위너에도 통신을 요청하였다.


하지만 이럴 때 통신장애가 발생해 두 잠수함의 연락까지 끊기고 말았다.


과연 나는 어떻게 해야하는가.... 세상이 이렇게 하루만에 변할 수가 있는 것인가..?

그들은 어떻게..왜... 무엇때문에 사라진 것일까..


온갖 생각은 나의 머릿속을 터질 듯이 압박하고 있었다.


그때 왠지 모르게 부유물이 생각났다.


나는 정신없이 특수강 상자가 있는 방으로 달려가서 부유물 샘플을 품 안에 껴안았다.


그리고 마음이 편안해짐과 동시에 중요한 의문점이 떠올랐다.


왜 우리는 10명은 사라지지 않았는가? 라는...


선원들이 사라진 이유를 찾을 수 없다면 우리들이 사라지지 않은 이유를 찾아야만 했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나올 수 있는 답인 것 같았다.


나와 연구원의 공통점...나와..연구원의....공통점..


그들은 연구하고 나는 탐사한다.


하지만 나 외의 다른 탐사원들은 사라져 버렸다.


그들이 했던 것과 내가 했던 것..


나는 어떤 생각이 들자마자 내 품속을 쳐다보았다.


그곳엔 부유물이 담겨진.. 부유물 샘플이 있었다.


그렇다, 유일하게 나와 연구원들이 공통적으로 했던 행동.


부유물과의 간접적 접촉이였다.


만약 이 사실이 진짜라면, 연구원한테 알리러 가기 전에 먼저 해저 8000m로 향해야 될 것 같았다.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았다.


이 글을 마무리 짓는 것은 나중에 하기로 해야겠다.



탐사 21일째


어제 오후부터 정신없이 상승하고 있는 중이지만, 나 혼자서는 조금 역부족이였다.


대략 12시간을 상승. 현재 14.204m까지 올라왔다.


연구부에 도와 달라고 간곡한 요청을 하였지만 그들은 정신적인 쇼크 상태에 빠진 것 같았다.


다름 아닌 '공포'에...


부유물에 접촉한다면 혹시 나아지지 않을까 싶어 그들에게 부유물 샘플을 갖다주었지만 그대로였다.


이제 이곳에서 정상적인 사람은 나밖에 없는 것 같다.


일단 어느 정도의 바위 지역을 나왔으니 자동 상승모드로 전환한 뒤, 연구부들을 침대에 눕힌 뒤에 일지를 써 내려가고 있다.


이제 나는 한숨 돌리며 연락에 총력을 기울일 생각이다.


됐다...! 드디어 기지와의 연락이 통했다.


하지만 3초의 연락밖에 하지 못해 정확한 상황을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


보고 내용으로 지금 위치는 12.974m 선원들이 다수 실종됐다.


지금 상황으로 정상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선원은 나밖에 없는 것 같다.


여기까지. 


위급한 상황은 충분히 전달 되었으리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위너와의 통신이 연결되긴 했는데 저쪽에서는 아무 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아마 위너도 무언가 일이 생긴 것 같다.



탐사 23일째


슬슬 이 심해의 고독함에 나도 지쳐가는 것 같다.


부유물 조차도 이 고독함을 어떻게 해 줄수는 없는지 더욱 이곳에 있는 것이 힘들어졌다.


나는 내 방에 있는 특수 유리창을 통해서 라이트를 통해 밝혀지는 심해속을 보고 있다.


지금 위치는 해저 10.921m


내가 그토록 원하는 부유물의 존재 구역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탐사 23일째 위급한 상황


창밖을 바라보고 있던 그때 내 시야에 거대하고 하얀 물체가 잡히었다.


나는 그 모습에 놀라 컨트롤실로 향하였다.


그러다 그 물체가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우리 잠수정을 뒤따라 오는 것을 보고 뭔가 이상함을 느끼었다.


나는 그 물체가 거대한 심해생물인 줄 알았으나 그 정체는 바로 연락두절이 된 위너 호였다.


하지만 내가 알던 위너호는 하얀색이 아닌 바다색이였다.


그 위너호를 보고 문득 저번에 정비부가 말해 줬던 것이 생각났다.


우리 잠수정의 바닥에 닿았던 부분이 하얗게 변색되었다는...



탐사 24일째


해저 9.000m 도착이 얼마 남지 않은 어제 새벽 상승이 멈춰버렸다.


정말 참담하였다. 연락도 되지 않았다.


이 상황이라면 아무리 식량이 있고 체온유지가 가능하여도...


산소가 없어지고 결국 나는 죽게 될 것이다.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사람 뿐만이 아니라 에너지 또한 사라지게 만든 것 같았다.


나도 이제는 한계다.


그동안의 피곤과 스트레스에 잠이 몰려온다.


내가 내일도 살아있다면 일지만은 계속 써내려갈 생각이다.


살아 있다면.....



탐사 25일째


지금이 아침인지 저녁인지 모르겠지만 어제 잠든 이후로 긴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아직 공급된 산소가 부족하지는 않은 모양이다.


방금 일지를 처음보터 읽어보고 하나의 가설을 세웠다.


일지중 탐사 15일째의 한 부분에서 -


-탐사 15일째 해저 19.23m지질의 변화에 대해-

보통 바다의 바닥이 모래나 흙으로 이루어 진 것에 비하여,

이곳은 알 수 없는 물질으로 되어있다.

그 물질은 마치 끈적한 젤리처럼 되어 있으며

그 떄문에 착지에 어려움을 겪기도 하였다.

아직 성분조사는 하지 않았으며 이 곳이

"땅"이 소멸되는 곳인 만큼 그 작용과 무슨 연관이 있을 듯 하다.


- '소멸'이라는 단어가 유난히 거슬렸다.


그래서 곰곰히 생각 해 본 결과, 과학적으로 이 소멸은 '판'이라는 땅 덩어리가 서로 충돌하며 아래로 들어가는 것을 의미하지만, 지금 내가 처한 상황에서 완전한 소멸이란 분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 젤리같던 바닥이 촉매가 되어 이 '판'을 소멸시키는게 아닌가...라는 가설이였다.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우리가 살아있는 이유..... 이 것은 확실히 말할 수 있다.


'부유물' 이다.


아마 이 분해활동을 억제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촉매의 역활로 위로 올라오는 것을 막는 어떤 하나의 방어벽은 아니였을까...?

라는 생각도 같이 들었다.


이 가설들은 상식적으로 생각한다면 말이 되지 않는 이야기다.


지금 난 살 날이 얼마 남지 못한 상황에서 헛소리를 적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것들이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이상한 일들이 주위에서 벌어 졌다는 것,

분명 사실이다.


지금 내부 압력이 상당히 강해진 것 같다.


들을 것도 없지만 귀에 걸리는 압력 때문에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


아마 갑판까지도 소멸되고 있는 것 일지도 모른다.


나는 이제 이 일지와 부유물을 특수강 상자에 넣어 보존시킬 생각이다.


부유물이 하나 뿐이지만 특수강 정도는 지켜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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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초유의 관심을 끌었던 심해탐사가 실패로 끝이난 뒤, 부유물과 일지가 담긴 상자는 태평양 근처에서 발견되었으며 심해탐사 지상기지에서는 부유물과 일지는 유일한 자료라며 일반인 공개를 거부한다.


또한 미 국립 과학 연구소에서는 발견된 몇 안 되는 잠수함의 파편을 가지고 연구를 진행하게 되었는데 그로부터 3일 후 미 국립 과학 연구소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2024.2.19


우주보다 신비로운 곳, 지구상 가장 밝혀지지 않은 곳.


그곳은 어디일까? 그곳은 '심해' 다.


그래서 사람들은 심해가 단지 인류의 생활을 좀더 윤택하게 하여 줄 인류의 보고로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엄청난 착각이였다.


인류의 멸망을 초래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심해였다. 그래서 10년 전부터 심해는 지금까지 '판도라의 상자' 라고 불려지고 있다.


이제 10년이 다 되어 가는 이 시점에서, 그 사건을 직접 눈으로 보았던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인 사람이 자신의 기록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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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 새하얀 잠수함의 파편이 발견됐다.


이 파편은 심해 탐사에 실패한 어느 잠수함의 파편으로, 처음 그 파편을 발견하였을 때 사람들은 잠수함에 타고 있었던 한 선원이 남긴 상자에 모든 관심을 쏟았기에 잠수함의 파편은 관심 외 물건이 된 상태였다.


나는 상자에 관심을 가지기 보다는 이 파편에 더욱 관심이 갔다.


의외로 그 파편에 관심을 가진 곳은 미 국립 과학연구소였다.



기록 첫째 날


연구소에 작은 소동이 일어났다.


파편을 보관해 두었던 방이 붕괴되었던 것. 아무래도 부실공사 같다고 생각했다.


참 어이가 없었다. 국립이 이렇게 허술해도 되는 것인지. 아직 이때는 그저 그런 사건인 줄만 알았다.



기록 둘째 날


전날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사건이 일어났다.


연구원들이 실종되어 버렸다. 연구소 내부는 난리가 났다.


만약 한 두 명이 사라졌다면 결근쯤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사라진 연구원은 수십명, 엄청난 숫자였다.


이때부터 나는 사건에 흥미를 느끼고 기록 [그래도 일기와 비슷하다] 을 하기로 했다.



기록 셋째 날


경찰과 수사관, 그리고 연구원들이 연구소에서 그들의 흔적을 찾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커다란 소음과 함께 건물이 흔들리더니 연구소의

건물이 붕괴되었다. 엄청난 참사였다. 멀리 떨어져 있었길 망정이지, 가까이 있었다면 나까지 파묻힐뻔 했다. 


사람들은 이 사건을 사람들은 어떠한 세력의 테러로 추측했다. 역시 그런 것일까?


그런데 멀리서 그 연구소가 붕괴된 걸 보고 있었을 때. 한가지 의문점이 들었다.


연구소는 상당히 크기가 컸다.


그렇다면 붕괴된 만큼의 건물 잔해가 남아있어야 했다. 하지만 잔해는 그 절반조차도 되지 않았다. 근처에 있던 사람들에게 이것을 말해보았지만 사람들은 그냥 '그런가?' 하는 반응만 보일 뿐, 더 이상의 관심을 가지려고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내 눈에는 분명히 보였다. 잔해가 그렇게 적을 수는 없다.


어떻게 된 일일까...



기록 넷째 날


연구소의 붕괴 이후, 국제적인 수사가 연구소에서 이루어지기로 했다.


삼엄한 경비가 이루어 지면서 안으로 접근하는 것은 어려워서,

이리저리 연구소의 근처를 어슬렁 거리면서 그 주변을 관찰하기로 하였다. 


유독 눈에 띄었던 것은, 안 그래도 의심이 갔었던 양이 적은 잔해가, 어제밤 사이 또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혹시 포크레인 같은 중장비로 잔해들을 치워버렸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하여서 주변사람들에게 질문을 했지만, 각종 중장비들은 건물의 잔해를 들어내는 역할만 했을 뿐 치워내지는 않았다는 말도 들을 수가 있었다.


혹시 지반도 같이 내려 앉으면서 땅속으로 파묻혀버린 걸까..?


그리고 이번에 발견한 새로운 것이 또 하나 있었다.


원래 연구소는 하얀색 건물이다. 하지만 그 수명이 조금 오래된 건물이며 이 지역이 산성비가 자주 내리기 때문에 지금은 하얀색이라기 보다는 약간 상아색 비슷한 누르스름한 빛깔이 감돌아야 했다. 


그런데 연구소의 잔해들은 유난히 하얗게만 보였다. 마치 누가 다시 페인트칠이라 한 듯 새하얗게..


사실 이 두 가지 의문점은 그다지 중요한 것은 아니긴 하다. 내가 왜 이렇게 그것들에 집착하는지 모르겠다. 유난히 눈에 띄고 신경이 쓰인다.



기록 다섯째 날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 생겼다.


오늘도 어김없이 연구소 근처로 나갔다. 엄중한 경비는 사그라들줄 몰라서 연구소 근처 카페 [그래도 먼 편이다] 에서 기록을 정리하며 어제의 의문점들을 곰곰히 생각해보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작은 진동과 함께 무언가 무너져내리는 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나는 혹시 또 다른 건물이 부서진 것일까..? 라고 생각 했었는데, 카페 앞에서 그 현장을 보니 정말 가관이 아니였다. 연구소 근처 건물들이 대규모 무너진 것.


나는 그 현장을 조금 더 관찰하기 위해 접근하려고 했지만, 안전요원의 제지에 멈춰설 수 밖에 없었었다. 할 수 없이 아쉬운대로 멀리서라도 관찰을 시작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 붕괴지역 주위의 콘크리트가 모두 박살이 나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붕괴 때문에 콘크리트가 저렇게 광범위하게 부서지지는 않았을 테니,

콘크리트가 부서지면서 붕괴가 일어난 것 같았다.


이렇게 되면 테러는 이미 헛소리에 불과한 것이고, 심각한 지각변동에 의해 일어난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방금전 기록을 쓰기 전에 생각을 정리하면서 중요한 것을 하나 떠올렸다. 


내가 아무리 멀리 떨어진 카페에 있었더라 하더라도 그 정도 위력을 가진 지각변동이 일어났다면 떨림같은 전조가 발생하여야 했다. 하지만 전혀 느끼지 못했다... 


어떻게 된 일인지 복잡하기만 하다.TV를 틀어서 어느정도 정보를 알아보려 해도 뉴스에는 원인을 찾아보는 중이라는 답답한 말만을 계속하고 있다.


이 기록을 정리하고 한 번 더 나가 볼 생각이다.



임시 기록


다시 카페에 들려서 본 그것에 나는 내 두 눈을 의심했다.


오후에 붕괴지역에 눈이내렸나 보다...


연구소를 중심으로 붕괴지역까지 온통 하얀세상이다.


주변 사람들도 어느 정도 알아차렸는지 방송국이나 다른 시설에 전화를 하는 것 같다.


과연 어떻게 된 일인가...?



기록 여섯째 날 새벽


분명 오후까지만 해도 이 곳은 그저 흴 뿐이였다.


정말 이건 말도 되지않는 일이다.


나는 내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이 것이 현실인지 아니면 꿈을 꾸고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지금은 기록 다섯째 날 새벽 4:32분.


다시 붕괴사건의 현장에 들린 나의 앞에는 과학적으로는 전혀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 나고 있다.


연구소를 중심으로한 붕괴지역이 모두 하얀 먼지가 되면서 뭉친 모래가 흩어지듯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있다.


그리고.. 연구소에서 원을 그리며 땅이 하얀색으로 변하는 것이 처음 보았을 때는 긴가민가 할 정도로 느렸음에도 지금은 그 변하는 속도가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빨라지고 있다.


내 예상으로는 곧 이곳은 붕괴지역, 아니 소멸지역으로 변할게 확실하다.


어서 이 곳을 피해야 겠다.


-소멸 현상의 원인 예상

기록 5일째 새벽이 되는 날, 나는 현장에서 급하게 도망쳤다.

무사히 집으로 돌아온 나는 쉬면서 여러가지를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도데체 이런 일이 왜 일어난 것이고

무슨 현상인지 조사해 볼 필요를 느끼었다.

그래서 시도해 본것은 인터넷 조사였다.

하지만 아무리 인터넷을 찾아봐도 과거에 이런 일이 있었다는 기록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다른매체에서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현상이었다.

그러다 문득 든 생각이 있었다. 지금까지 일어난 연구소 붕괴,주변 붕괴, 그리고

과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일인 소멸사건까지 모든 일의 중심에는

연구소가 있었다는 것. 그렇다면 먼저 연구소가 붕괴된 이유를 찾아야 했다.

최근 연구소에서 일어난 일이라면 단 하나 밖에 없었다.

'잠수함 파편의 연구'다....

그렇게 생각하니 모든게 연결이 되기 시작했다.

첫날, 잠수함의 파편을 들여온날 그 방이 붕괴되었고.

그 다음날에는 연구원이 사라져버렸다. 그 다음날에는 연구소 건물 자체가

붕괴, 그리고 그 주변은 붕괴 되다 못해 소멸.

그리고 그 전에 일어난 특종중 하나인 심해탐사 실패사건.

잠수함 파편 발견당시의 색은 하얀색이였다는 것, 과연 이것은 우연일 뿐일까?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보기에는 너무나 강한 연관이 되어있다.

도데체 심해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기록 여섯째 날 아침


내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방금 TV 긴급뉴스에서 심해탐사 지상기지에서 이번 사건을 설명할 수 있는 일지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너무 늦었다. 어떻게 이만한 피해를 보고 설명뿐으로 어떻게 대처를 한다는 말인가...?


물론 설명도 할 수 있다면 해결 방법도 나올 수 있지만. 지금 현장은 소멸지역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심지어 그 확산 속도마저 줄어들 줄을 모르고 가속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미국이, 아니 전 세계가 소멸될 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정말 한심할 따름이다.



기록 여섯째 날


일지의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나는 그 일지가 공개된 프로그램을 녹화해 보고, 보고 또 보았다.


그래서 나온 결론은 그 '부유물' 이란 것을 작용시켜 이 소멸을 막아야 한다는 것.


그런데 지금 상황에서 그 정도 깊이까지 내려가서 부유물을 채취할만 할 잠수정이 있을지가 문제다. 전의 잠수정 2대 모두 엄청난 비용과 기술을 들여가며 만든만큼 적어도 그 정도는 되야 채취가 가능 할 것 아닌가?


문제는 점점 심각해져가고만 있다.



기록 여섯째 날 오후 12:21


저녁에 뜻 밖의 소식이 들려왔다. '엡시러스'라고 이름 붙여진 부유물의 채취에 참가할 잠수정 선원을 구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상당히 흥미로운 소식이었다.


나도 한 번 응해볼까 생각중이다. 자랑은 아니지만 심해에 대한 지식도 풍부하고 여러 자격증, 신체능력도 탁월하다. 만약 급하게 인재를 구하는 중이라면은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나갈 준비를 해야겠다.



기록 일곱 째 날


오후, 나는 심해 탐사 지상기지에 도착하였다. 


예상외로 사람들은 많이 모여들었고, 그에 맞춘 것인지 테스트 또한 상당히 어려웠다. 그 많던 사람들이 테스트 도중 포기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들것에 실려나갈 정도였다. 그 테스트는 보통 테스트 같이 일정한 시험을 치루고 결과를 기다리는 것이 아닌, 연속적으로 테스트를 실행 함으로써 끝까지 남는 사람만이 잠수함의 선원이 되는 일종의 데스매치와 비슷한 테스트였다.


또한 무조건 체력이 좋다고만 해서 끝이 나는 것이 아닌, 중간중간 있었던 필기시험은 정말 그쪽의 전공이 아니라면은 잘 알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문제였기 때문에 3000:1 이었던 경쟁률은 순식간에 줄어들었다.


그리고 테스트는 결국 선원 40명이 남는 시점에 끝이 났고, 그 40명에 내가 속하게 되었다. 아마 내 생애 이렇게 어려웠던 순간이 또 있었을지 의문이 가는 테스트였다. 그 후 미리 준비 해놨는지 각자의 방에 들어간 우리들은 방에 설치되어 있는 스피커를 통해 다음 할 행동을 지시받았다. 조금의 휴식을 가진 후에 브리핑이 있을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브리핑에서는 임무, 배정, 주의해야 할 점, 일정....등 거의 이번 일에 필요한 거의 모든 것을 알려주었다.


내가 받은 배정은 탐사부다.. 임무는 엡시러스를 찾는 것. 아마 가장 중요한 일을 맡은 것일지도 모른다.


내일, 우리가 탑승할 잠수함을 보러 간다.



기록 여덞 째 날


잠수함이 있는 지점으로 도착하고 잠수함을 보았을 때 외형은 그럴 듯 했다.


몇 분 동안 주위를 돌며 외형부터 천천히 살려보고 있던 그 때, 옆에 있던 한 친구가 말을 걸었다. 내용은 상당히 거슬리는 것이였다.


아무래도 이건 목표지점인 8000m 까지 내려갈 만한 특수강이 아닌 것 같다고 말을 한 것이다.


옆에 있는 다른 친구들도 그렇게 생각을 한 것인지 여기저기서 떠들석 하며 분위기가 순식간에 어수선해지니 정말인가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역시 그랬다. 만약 그때 3대를 제작했었더라면 2대만 출발시킬 이유가 없었다.


이건 그저 5000m 나 들어간다면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 가는 상태라고까지 말했다.


나를 비롯한 사람들이 항의하며 이 곳을 떠난다고 하자, 기지의 관계자들은 제시한 금액의 엄청난 인상과 함께 8000m 까지는 거뜬하다며 내장되어 있는 특수강이 있다고 호언장담을 하니 또 그쪽에 어느 정도 신뢰가 가기도 하였다. 결국 다른 친구들과 나는 마음속에 있는 불안한 마음을 억누르면서 이번 임무에 응하기로 하였다.


잠수함 내부로 들어간 기지 관계자들과 우리들은 여러 조작법 [일반 잠수정이랑 그다지 다를 바는 없었다.] 과 위기상황 대처법, 통신법 등을 숙지시켜 주고 적응훈련으로 우리들은 몇 시간 동안 잠수함을 조종하게 되었다.


적응훈련이 끝이 난 후 모두들 뭔가 할 일이 있는지 후다닥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딱히 나도 할일이 없었던 터라 방안에 있던 TV를 시청했다.


그동안 관찰을 하지 못하였던 소멸지역 소식이 궁금하던 차에 뉴스에서 그 지역을 보여주는데. 정말 가관이 아니였다.


내가 보았을 때만 해도 지름 1km 가 될까 말까 한 소멸지역이 적어도 7km 정도로 증식해버린 것이다. 그곳은 도시지역이라서 피해도 엄청날 뿐만 아니라, 인구도 밀집되어있기 때문에 인명피해 또한 무시할 수 없었다.


이제 이 임무를 맡은 우리들에게는 막중한 책임이 생겨버린 것이다.


엄청난 사람들의 생명이 우리들에게 달려버린 것이다.


반드시 해내야 할 것이다. 아무리 보아도 더 이상의 잠수는 불가능할 것이고.


나도 나의 목숨이 달려있기 때문에 성공은 필수 불가결이다.


....여유를 가질만한 시간은 없다.


출발은 내일이다. 컨디션을 위해서라도 오늘은 일찍 자두어야겠다.



탐사 1일째


 2014 .9 .15


우리가 방에서 나와서 잠수정으로 가는 길에 우리들에게 쏠렸던 관심은 어마어마할 정도였다. 배웅했던 장소에서는 엄청난 인파가 몰려 탐사의 진행에 차질이 생길 정도였었다.


정말 기분이 좋았었다. 이 엄청난 사람들이 우리를 믿고 있다니.


물론 부담감도 컸지만 그만큼은 넘겨버릴 정도로 좋았었다.


그리고 12:22분 경 잠수를 시작했다.


우리는 이제 최소 수심 8000m 로 내려가서 엡시러스를 채취해서 무사히 귀환해야 한다.


우리가 과연 이 일을 잘 해나갈수 있을 것인지 정말 걱정이 된다.


어찌됐든, 이번에도 이렇게 일지를 써 나가기로 했다.


현재 위치는 해저 632m 다. 예상보다 늦은 하강속도다. 역시 기술에 문제가 있는 것일지 모른다.


그 때문이지 모두들 신경이 예민하다. 아마도 여기, 이 잠수함에 탑승한 모든 선원들은 각자 하나씩 불안한 느낌을 가슴 한편에 묻어두고 있을 것이다. 제대로 된 해명하나 없이 그저 보수와 달콤한 말로 넘어왔으니 그럴 만도 했다.


이제는 후회해도 늦었다. 그저 엡시러스를 향해 열심히 하강하는 것 뿐.


지금 잠수함의 상태는 정상, 통신 정상, 산소 정상 이상무이다.


부디 아무일도 일어 나지 않기를..



탐사 3일째


이상하다. 아무래도 기계의 고장일까..?


압력표시계의 압력이 정상수치를 벗어나고 있다.


수심은 아직 2398M로 잠수함의 압력이 올라갈 정도가 아니다. 아무리 잠수함이 약하다고 해도 이정도로 올라갈 리가 없다. 지금 기술부가 원인을 찾아보고 있지만 외부에 달린 정밀기계라서 그런지 내부에서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다고 한다.


이렇게 벌써 고장이 난다면 좀더 깊숙히 들어 갔을 때에는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위험이 높아지게 된다. 외부와 통신을 해도 그저 대답은 괜찮다는 한 마디.


그들의 무책임한 대처에 화가 나기도 했지만 지금상황에서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래도 심해압력에 잘 못 대처했을 경우 잠수함은 찌그러지고, 우리들은 죽음이다.


조금 더 세심한 대처가 필요 하겠지만, 이 상황에 괜히 선원들의 신경을 곤두세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 기술부와 상의하에 다른부에는 기계의 고장으로 말해두었다. 잘한 일일까?


선원들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심해가 신기해서 두리번거리는 선원,

불안해서 말도 잘 하지 않고 푸념만 늘어놓는 선원,자기일에만 묵묵히 매진하는 선원 등... 가지가지다.


나 또한 불안한 느낌을 지울 수 없지만, 우리부라도 이럴 때 분위기를 살려보자는 취지로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느새 왁자지껄하게 되어서는 의욕이 생긴 것 같았다.


그 외에 특별한 일은 없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기록 5일째


마음만 급해서는 아무 것도 할수 없는데.. 이 답답한 하강 속도가 우리의 방해물이 되고있다. 아직도 해저 5000m 를 넘어서지 못하는 것이 정말... 우리는 지금 내려가는데만 최선을 쏟고 있는데.. 신경질이 난다...


거기다가 돌아가버린 압력계는 더 높아져 버렸다. 기술부에서는 그럴 수도 있다곤 하지만 정말 그런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잠을 자려고 눈을 감으면 무슨일이 생길까봐, 요 이틀 동안 제대로 잠도 자지 못했다. 나만이 아닌지 탐사부들과 기술부들도 눈이 퀭하고 신경질 적인 것이 꼭 분쟁이라도 날 것 같은 느낌이다...


하루하루가 아슬아슬 하다.



*기록 7일째


오늘 점심쯤 잠수정의 중앙부에서 큰 굉음이 났다.


그곳에 가본 우리들은 머리가 하얗게 비워져 버렸다.

잠수정의 몸체가 조금 찌그러 있었던 것이다. 바위에 부딪힌 것도 아닌데 찌그러졌다. 그것도 해저 7123m에서.


......수압이었다... 그렇게 기지에서 장담한 잠수정이 해저 7123m 에서 수압을 견디지 못하고 찌그러져 버렸다.


압력계가 정상이었던 것이였다. 그것 때문인지 다른 부에서 기술부들을 질타하였다. 거기까지는 아무말도 않고 있었다. 나태했던 것은 사실이니까.. 그런데 질타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자 기술부들도 화가 폭발해 버렸다. 치고박고 하는 사이에 잠수정 내는 아수라장이 나서 제대로 컨트롤이 되지 않는 상황까지 왔을때야 탐사부가 끼어들어 말렸다. 그리고 모두 모여서 이 일을 어떻게 대처할지 토의를 하기로 하였다.


토의에서 의견은 크게 2가지로 나뉘었다.


이제라도 100%생존 할 수 있도록 올라 가거나, 위험을 감수 하더라도 1000m 만 더 내려가서 부유물을 채취해서 상승할 것인가.


그래도 대다수는 1000m 를 내려가서 채취하는 것을 지지했다.


조금만 내려가면 될테니까 마음에 부담이 적었던 것이다.


유난히 반대가 심했던 부는 기술부였다. 지금의 수압을 보자면 점점 찌그러지는 속도가 빨라지고 그 영향또한 클 것이라고 말 한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생각은 '1000m 만..' 이었으니 그다지 동요하지 않는 듯 하였다.


결론은 '내려간다' 였다.


통신으로 보고와 함께 불만을 터트렸다. 기지쪽에서는 우리에게 지급 될 보상을 더욱 더 높여준다고 하였다.


보상... 만약 우리가 여기서 그냥 상승하게 된다면 보상도 그 가치가 없어질 텐데... 한숨만이 나왔다.



탐사 8일째


환희했다. 엡시러스가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창밖에서 둥둥 떠다니고 있는 것을 보고 있으니 마음까지 편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동안의 피로도 모두 싹 가시는 기분도 들었다..


기술부와 채취부에서는 바쁘게 채취준비를 시작했고, 지금 현재 탐사부는 잠수정을 부유물 근처로 이동시키고 있다.


다만 조금 불안한 것은 적어도 그 개수가 많아야 하니 어느 정도 채취에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잠수정이 어제만큼 찌그러지지는 않았지만 조금씩 조금씩 손상이 가고 있다.


이대로라면 어느 순간 크게 손상이 올지도 모른다는 기술부의 설명이 있었지만 여기까지 온 이상 임무를 완성할 때 까지는 이동할 수 없다.


엡시러스의 생김새는 내가 들은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천천히... 붉은색으로 발광하며 느린 속도로 움직이는..


엡시러스가 생명체가 아니라면 이 부유물은 천천히.. 이 심해를 몇 백.. 몇 천.. 몇 만.. 혹은 몇 억년 동안 떠돌았을지도 모른다.


... 지구에서 그 만큼의 시간이 지날 동안 존재할 수 있는 것.


그 중에 하나일 지도 모른다.



탐사 9일째


.......상황이 반전됐다.


아마 오전쯤 산소탱크 5개 중 4개가 파손되는 엄청난 손상을 입고 말았다.


산소탱크 하나는 다른 곳에 있었기 때문에 무사할 수 있었지만 모여있던 산소탱크들이 단체로 손상되었다.


어쩔 수 없이 그 산소탱크가 있던 구역을 차단해버렸다.


산소중독이 생길 수 있고. 조금이라도 작은 불씨가 생길 경우 엄청난 농도의 산소로 인하여 폭발이 일어날 수 있다.


산소탱크 하나면 우리 전원 선원들이 14일 동안 버틸 수 있는 정도의 양이 들어있다. 문제는 이 산소탱크가 우리가 지금 하강 중에 쓰였던 산소탱크였다는 것. 예상대로라면 5일 뒤 산소가 고갈된다.


채취는 오늘 오후 완료되었다. 이제 최대한 빨리 상승해야 한다.


남겨진 시간은 6일 쯤... 마음이 조급하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하필이면 산소탱크에 손상이 생기다니...


어서..어서 올라가야 한다.



탐사 10일째


전력을 다해 상승을 했지만 아직도 7000m 부근. 4일이 남았건만 상승 속도는 마음만큼 따라주지 않았다. 조급했다. 너무 조급해서 잠은 커녕 휴식조차도 취하지 못했다. 비단 그것은 나 뿐만이 아니라 모든 선원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어느 때보다 뚜렷한 정신으로 모두 협동하여 총력을 기울여 상승에 힘을 쓰고 있다.


이제 문제는 2가지, 산소와 수압이다. 기술부의 말로는 이제 수압으로 인해 조금이라도 균열이 생기면 끝이라고 했다. 막을 방법은 없다. 그러니 더욱 빠르게 올라가야 하는데, 내부의 엡시러스와 바닷물이 방해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은 별 일이 없었지만. 내일은 어떠할지.. 아무도 모른다.



탐사 11일째


상승에 가속이 붙었다.


하루밤만에 약 1700m 를 상승해 5300m 부근으로 올라왔다.


아직까지는 순조롭다. 이 속도라면 우리는 살 수 있



탐사 12일 오후 7:09 경


......끝인건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5000m 부근에서 무언가와 충돌했었다. 거대한 무언가였는데, 탐사부 전원이 전혀 포착하지 못했었다.


수중이라서 질량이 큰 물체와 부딪힌다는게 큰 문제가 아니었겠지만, 상황이 달랐었다.


외부의 충격에 엄청나게 민감해진 상태에서 부딛힌 결과로, 잠수정은 만신창이가 됐다.


마치 철 덩어리로 밖에 보이지 않는 상태가 된 것이다.


전력이 나가고 그에 따라 모든 기능이 정지됐다.


..아니 하나만이 유지됐다.


상승하는 것.


우리들이 직접 컨트롤 하는 것에 비해서 많은 손색이 있지만. 이제 바랄 것은 그것밖에 없다.


...가능성은 0%...


피곤이 몰려온다.


아마 이렇게 적는 것도 마지막일지 모른다.


그렇기에 난 '그 사람'처럼 특수강 상자에 일지를 넣어둘 것이다.


부디 다시 쓸 일이 있기를..


.... 눈 앞에 보이는 것은 빛이었다.


심해속에서는 절대 볼수 없는 빛.


푸른 물빛에도. 나는 왠지 눈이 부셨다.


일어 나서 걸어 보았다.


그리고는 홀린듯이 엡시러스를 보러 갔다.


펼쳐진 것은 눈 앞의 하나의 나무.


엡시러스는 마치 나뭇잎처럼 납작한 타원형으로 변형되어 있었다.


그리고는 낙엽처럼 떨어졌다.


위로.


어떻게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나뭇잎은 위로 떨어지고 있었다.


....잠수함과 함께


눈물이 났다. 그 모습이 너무나도 신비하고 아름다웠다.


인류가 심해라고 불리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 악재가 닥쳐왔지만, 인류는 이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우리가 품어온 나무가 있기에.

 

 

출저: 무서운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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